너가 잘 하는 영역과, 하고싶어하는, 재밌어하는 영역의 교집합을 시행착오 끝에 계속 찾아나가야 해. 처음엔 잘 안 만날 수 있어. 잘 하는 것만 열심히 하면서 지칠수도 있고. 재밌어하는 영역만 하다가 결국 아무 수요도 발생시키지 못할 수도 있고. 그런데 하다보면 그 교집합이 보일거야. 아 그리고 흥미로운 건, 보통 잘 하다보면 재밌어지기도 해. 그런데 재밌는 것도 계속 지속하기 어려워진다면 오히려 재미없어지기도 하고.
최근 선배 창업자 대표님과의 커피타임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조언을 들었다. 원래 머리로 알고 있다가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상황은, 현재 그 상황을 겪을 때일 뿐이다. 즉 그 상황이 닥치지 않으면 결국 여전히 계속 머리에 정보로만 담고 있게 될 뿐.
지난 몇 달간 내가 좋아하는 영역, 새로운 곳에서 기회를 찾는 영역에만 몰두했다. 내가 무얼 잘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다. 지나칠 정도로. 스스로 내가 무얼 잘 한다고 생각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겸손한 것처럼 보이지만 또 어찌보면 꽤나 게으르거나 오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해보면 다 잘 할 수 있을거란 오만 말이다.
사람은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새로운 곳을 갈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B라는 영역을 탐험해 보고 싶은데, 현재 정지해있다면 (stationary) 그 곳을 기웃거릴 수 밖에 없더라. 그런데 원래 내가 달려가고 있던 A라는 영역이 있다고 해 보자. 그러면 나는 A라는 곳은 꾸준히 달려가면서, 속도를 유지한 채, 핸들을 돌리면 B라는 곳을 더 공격적으로 탐험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축구선수는 아니지만, 듣기로, 선발출전해서 뛰는 것보다, 후반에 교체되어 들어와 뛰는 것이 더 힘들 때가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우리 팀과 상대팀과의 격려한 호흡의 점진적 빌딩이 된 것이 아니라, 중간에 갑자기 들어와 격렬한 호흡의 사이에 들어와 장단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2달간의 헛발질을 통해 배웠고, 일단 속도를 다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내가 잘 하는 영역이 바로 이 A라는 익숙한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B라는 곳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고, 속도를 만드는 것이 A로 가거나 B로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지난 몇 년간 일하면서 스스로 좋아하면서도 잘 하는 영역을 어느 정도 찾아놨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새로운 도구나 기술을 찾아내 소개하고, 알려주고, 설명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걸 잘 하려면 (잘 한다는 것은 내 스스로의 생각보다는 내 고객이나 동료가 해 주는 말을 믿어야 한다) 내 주변의 사람들, 기업들, 조직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
암튼 나는 이 실수를 지난 2달간 했던 것 같다. 내 제품을 팔기 위해 억지로 상황이나 문제를 만들어보려는 경향이 짙었다. 그러기 보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객 문제에만 집중해 보는 것이 지금 달라진 결이다. 내 제품은 거기서 우선순위가 100위쯤 되어야 한다.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내 제품과 도구가 도움이 되면 쓰는 것이고 아니면 마는 것이다. 그게 분해서, 내 도구를 발전시켜나간다면야 이것이야말로 필요에 의해 제품을 만들고 개선하는 것이니 더할 나위가 없다.
"나의 문제에 관심이 있고, 나를 도와주는 사람, 그런 기업"
으로 고객에게 기억되고 싶다. 나의 2024년 바램